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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_담

임소연,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by 서담유영 2025. 3. 15.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불안과 두려움, 우울함과 외로움으로 고통받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과 실천은 무엇인가?” 과학기술학 연구자가 강남 성형외과 코디로 3년간 일하면서 참여관찰을 하고, 직접 성형수술까지 받아 수술 당사자가 되었다.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는 성형수술을 연구하는 과학기술학자가 성형수술 대국인 한국의 강남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현장을 관찰하고 직접 성형수술을 경험함으로써, 여성의 ‘몸’의 변화 및 ‘살’의 조정과 과학기술
저자
임소연
출판
돌베개
출판일
2022.11.11

 

 

처음 예상한 책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환자의 입장, 의료인의 입장, 학자의 입장을 오고가는 당사자적인 이야기라 단순히 성형산업은 여성의 외모강박을 볼모로 그들을 착취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나의 외모에 대한 집착을 (새삼스럽게도) 깨닫기도 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공유하는 '미인'에 대한 인식을 돌아보기도 했다. 기술 일반의 이야기로 전개하는 마무리는 조금 생경하긴 했지만, 페미니즘의 관점에 더해서 함께 고민해야할 관점들을 점검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었다.


 

[40] "본인의 외모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예를 들어 지금 강남 역에 가서 무작위로 100명을 뽑고 순수하게 외모만 본다면 본인이

100명 중 몇 등이나 할 거 같아요?"

 

[70]  어떤 환자가 수술한 지 몇 달 혹은 몇 년 후 갑자기 찾아온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 다는 뜻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수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수술 후 환자의 예고되지 않은 방문은 의사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96] 여성은 서양 여성의 눈을 닮기 위해 쌍꺼풀수술을 하는가? 한국 여성은 서양 여성의 오똑한 코를 닮기 위해 코수술을 하는가?1970~80년대에 그 질문을 받았다면 그렇다고 대답해야 했을 것이다. 1980~90년대에 이 질문을 받았 다면, "왜 꼭 주어진 얼굴 그대로 살아야해?"라고 당차게 받아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1세기에 질문을 받은 나는 같은 대답을 할 수 없다. 일단 실제로 성형수술을 결정하고 받는 한국 여성들의 머릿속에 할리우드 배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8] 예쁜 한국 여성을 닮고 싶어서 성 형을 한다. 그런데 왜 작은 눈과 뭉툭한 코는 예쁘지 않은 것이지? 언제부터?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와 책임은 한 국 여성에게 있지 않다.

 

[143] 그런데 문제는 그래도 예뻐졌다는 생각이 안 든다는 것이었다. 의학적 의미에서의 회복과 성형 후 미인의 탄생은 동일하지 않다. 붓기만 다 빠지면 예뻐졌다는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있는 내가 원하는 얼굴과 거울이나 사진 속의 내 얼굴은 일치하지 않았다. 앞으로 쭈욱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했다.

 

[165] 의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환자에 대한 대상화가 의료윤리나 의료인문학 등을 통해 성찰의 대상이 되는 데 비해, 인문사회학 연구 에서 여성, 특히 여성의 몸을 대상화할 때에는 해당 학문 분과 외부에서 그 대상화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181] 서울대 다니는 여자는 신기한 존재일 뿐 매력적인 여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당시 나는 내가 서울대생이라는 사실이 엄청나게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것은 고민할 여지도 없이 외모였다. 한 치의 의 심도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해도 만족스럽게 여자임을 느끼 지 못하는 이유는 충분히 예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청담 성형외과에 와서야 깨달았다. 문제는 외모가 아니란 것을. 최소한 나 자신이 여자라고 느끼는가의 여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보다는 역할이었다.

 

[222] 비보험 의료시장에서 이 살들의 저항과 원지 않은 출현에 대응하여 원하는 몸을 만들 책임은 모두 개인에게 지워진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왜' 성형미인이 되는지를 잘 설명해주지만,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는지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페미니즘이 선택 후에 사라지듯 의학은 수술 후에 사라진다. 그 이후 회복의 과정과 새로운 몸 으로 살아가는 과정은 환자의 몫이다.

 

[120] '기술로 바뀐 ' 기술을 선택하고 소비한다고 해서 가질 있는 것이 아니다. 선택 이후가 중요하다. 기술이 개입한 살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성형수술의 이야기가 몸을 바꾸는 기술 일반의 이야기가 있고 되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