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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_담

이진송, 아니 근데 그게 맞아?

by 서담유영 2025. 5. 25.
 
아니 근데 그게 맞아?
이진송은 ‘요즘 유행하는 것들’ 속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찾아낸다. 사회가 주입한 편향적인 사고에 관해 고민하면서도, 나아갈 방안을 모색한다. 그리고 알려준다. 하나를 보고도 열을 아는 방법을. 〈시맨틱 에러〉 〈옷소매 붉은 끝동〉 〈문명특급〉 〈골 때리는 그녀들〉…, 재밌는 작품들을 통해 사회의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정답지보다는 해설지에 가까운, 요즘 세상에 필요한 강단 있는 책 『아니 근데 그게 맞아?』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저자
이진송
출판
상상출판
출판일
2022.09.20

 

다정한 한 선배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워크돌>에 대한 칼럼을 인상깊게 읽었다는 말에 책을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평소 내 가치관들과 일치하는 내용들이고 문체도 발랄한 편이라서 페이지도 잘 넘어간다는 인상이 컸다. 사이사이 내가 표현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언어를 찾지 못해서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갖고있던 것을 표현해주었을 때는 속이 시원하다 싶기도 했다. 다만 22년에 나온 책이니 그 사이에 이슈가 되고 있는 연예인이나 콘텐츠, 유행이 많이 바뀌어 위의 칼럼에서 느꼈던 깨달음의 감각을 느끼기에는 조금 아쉬웠지만, 여기서 작가가 다루고 있는 문제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어 -가끔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남아있는 것들이 많았기에 여전히 읽어볼만한 책이었다.

빠르게 넘어가고 바뀌는 사회에서 마음에 드는 글들이 책으로 출판되는 것을 기다리기에는 속도가 영 맞지않아서 가끔 생각이 나면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서 칼럼을 읽어보곤 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30600055


 

[34] 칭찬에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 하고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요구가 은은하게 깃든다. 또한 호감이 클수록 상대가 나의 뜻과 다른 행동을 했을 때 분노하거나 실망하기 쉽다.

 

[41] 슬픔을 증명하라는 요구. 그리고 그 증명이 없으면 어떤 감정이나 표현, 사실을 '없다'고 여기는 감각. 자신이 타인에게 알고 싶은 것은 무 엇이든 '보고받을' 의무가 있다고 착각하는 태도, 박지성의 '조의 사건'에는 SNS와 '인증 문화'에서 파생된 다양한 문제 들이 이리저리 얽혀 있다. 1920년대, 일제 치하 지식인이 술 권하는 사회에 살았다면 2020년대, 현대인은 인증 권하는 사회에 산다.

 

[85] 육아 예능과 SNS를 통해 어린이를 귀여운 이미지로 소비하면서, 동시에 노키즈 존에 찬성하는 것이 2020년대의 아동 혐오다. 아동 학대 사건에는 분통을 터뜨리지만, 어른 을 0린이라고 부르며 어린이의 몫을 빼앗는다. 욕하거나 때리지 않으면 차별이나 혐오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05] 여성과 의사가 처벌받는 사이 단 한 명의 공범이 빠져나간다. 다른 죄와 달리, 사생활이자 의료 기밀에 해당하는 임신 중절 시술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수사 기관이 알아낼 방법도 없다. 그러니 낙태죄를 신고하는 사람 또한 '혼자 안전한' 공범이며 대부분 보복성 이다. 이 지점에서 낙태죄의 또 다른 모순이 물에 뜨는 기름처럼 선명해진다. 낙태죄의 목적은 여성이나 태아의 생명권 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처벌하려 는 목적뿐이다.

 

[107] 임신 중단이 비범죄화되면 다들 피임 없이 섹스하고, 미용실 가듯이 낙태할 것 같습니까? 수술이 안 먹으면 손해인 공짜 과자인가요? 사람들이 왜 보험금까지 탈 수 있는 교통사고를 뻥뻥 당하지 않고 조심조심 차를 피하게요?

 

[110]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가 자신의 선택 때문에 패닉에 빠져 울음을 터뜨리는데, 의사는 어떤 대처나 사과도 하지 않고 아련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 마치 그런 반응을 기대했다는 듯이,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듯이. 기이하다. 처음부터 서사에서 의사가 아니라, 영주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처벌자의 역할로 세팅됐음을 알 수 있다. (중략) 영주가 산부인과에서 겪는 고통과 수모는 오히려 '몸 간수 제대로 못한' 어린 여자가 응징당하기를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뿐이다.

 

[131] 세상에는 결코 예쁘게 꾸며서는 안 되는 사건이 있고, 서사를 주지 말아야 할 가해가 있다. 지금도 국가폭력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고, 어떤 이들은 여전히 민주화 운동을 북한의 공작이라고 굳게 믿는다. 비극적인 시대상에 휘말린 청춘들의 사랑 하나를 표현하고자, 너무 많은 것을 오염시켰다.

 

[143] 성 경험이 없는 성적으로 자유분방해야 매력적이라는 압박과 그래도 걸레가 되면 안 된다는 엄중한 가르침이 양쪽에서 동시에 고함을 질러댔다. 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유교 환장 쌈바!

 

[175] BL을 소비하는 이유는 선행 연구를 종합하면 다섯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부장적인 위계질서에 대한 도전, 두 번째는 기존 로맨스물에서는 얻을 수 없는 재미, 세 번째는 BL이 여성들을 위한 포르노그래피로 기능한다는 주장이다. 네 번째는 두 주인공 모두에게 감정 이입을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다섯 번째는 새로운 누군가로 변신하고자 하는 욕구로 정리한다.

 

[245] 세계적인 선수에 페미니즘 이슈를 비비지 말라고 울컥한다면, 바로 그런 반응이 여성 운동선수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성 운동선수는 자신이 받은 부당한 대우에 반발하는 것조차 욕을 먹을까 걱정해야 한다.

 

[265] 한때 13kg을 뺀 적 있다. 가는 곳마다 축하와 칭찬을 들었다. 그런데 한 모임에서만은 아무도 그 큰 변화를 알아주지 않았다. 서운했다. 그러나 다시 체중이 불어났을 때, 유일하게 그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만은 두렵지 않았 다. 내 몸이 어떻든 내가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사회는 너무 이상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은 공동체가 방공호가 되기도 한다. 프로아나의 세상이 '살이 찌면 끝나'는 것이라면, 살이 쪄도 그럭저럭 괜찮은 세상'도 존재한다 고 알려주고 싶다.

 

[347] 머리가 빠지고 주름이 생기고 소화가 안 된다고 해도 인생은 끝나는 게 아니며 불행하지 않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비로소.

생각해 보면 나이 듦 그 자체보다 나이 듦을 둘러싼 온갖 '카더라'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했던 같다. 나이 듦이 나의 모든 개성과 역사와 취향을 잡아먹는 알았다. 기회와 변화는 청춘의 특권이고 기능이 떨어지는 몸은 골칫덩이라고만 들었으니까.